타 행성의 존재
김기려와 청여명
“이 나라의 영장류들이 유독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거 알고 있슴까, 기려?”
나는 처음에 지구에선 식수를 물이 아니라 커피로 해결하는 줄 알았슴다. 그러고 내가 그건 식수 대신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 데에는 이 년 정도가 걸렸구요. 청여명은 그녀의 앞에 놓인 말간 밀크티를 내려본다. 이건 가루로 만든 게 분명함다. 퍽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에 김기려는 정확히 말하자면 김기려의 가죽을 쓰고 있는 포유류가 칭하는 단어로는 외계인이라 칭해지곤 하는 알파우리인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가루로 만들었겠지. 그게 가성비가 가장 좋으니까. 그것을 부러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는 대답하는 것 대신에 탁자를 검지로 톡톡 두드린다.
“홍차 잎을 우려서 만들었을 수도 있지.”
“그러면 단가가 안 맞지 않슴까.”
“사회에 찌든 것처럼 말하는군.”
“내가 영장류는 아니지만, 지구에서 살긴 하니까여.”
김기려는 처음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는 뭘까. 포유류들의 용어를 빌려와 표현하자면 외계인? 그런데, 겉가죽은 포유류인데. ……겉은 포유류이고, 속은 알파우리인인 존재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는 어울리지 않게 고민에 빠진다. 얕은 생각에 발을 담근 채로 눈을 느리게 끄덕인다. 청여명은 턱을 괸 채로 김기려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김기려는 눈을 살짝 아래에 둔다.
“무슨 생각 함까, 기려.”
“존재?”
“존재?”
“어. 존재.”
“너무 뜬금없지 않슴까~. 지금 기려랑 나는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여유라고 해야 하나. 농땡이라고 해야 하나. 김기려는 언제나와 다를 게 없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크게 난 투명한 유리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포유류들이 김기려의 검은색 눈동자를 덮은 망막에 맺힌다. 그들은 표정이 다양하다. 웃고 있기도 하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기도 하다. 이따금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길을 걷는 것들도 보인다. 김기려는 그것을 무표정으로, 무감정한 눈으로 관찰하듯 지켜보았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 있나여? 맞은편에 앉은 채로 그리 묻는 델타인에게로 시선을 돌리지는 않는다. 김기려의 시선은 카페 내부가 아닌 외부에 닿아있다. 청여명은 그걸 딱히 지적하지는 않았다. 서운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뭘 보든 그것은 김기려의 자유이지 않은가. 그녀는 앞에 놓인 컵 손잡이를 감싸 잡는다. 그리고 아직 다 식지 않아 뜨거운 액체를 호호 불어 식힌다.
“여명아.”
“왜 그럼까, 기려.”
“너는 네가 누구라 생각해.”
“나 말임까?”
“응. 너.”
김기려는 처음으로 존재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의 말에 청여명은 눈동자를 옆으로 굴린다. 어색한 움직임은 없었다. 아무래도 청여명 또한 포유류의 삶에 적응한 모양이었다. 청여명의 침묵이 길어졌다. 고작 존재에 대해 생각할 게 뭐가 그리 많다고 저렇게까지 생각하는 건지. 김기려는 자신의 독백과 그것에 잠겨있던 시간을 잊은 것처럼 생각했다. 생각과는 달리 입술은 위아래가 딱 달라붙은 채였다. 그는 참을성 있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 청여명의 대답을 독촉하지 않았다. 본래 생각이란 주제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이어가기 시작하면 퍽 오랜 시간 붙들게 되는 영양가 없는 행동 중 하나이지 않은가. 더 나아가 생각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했기에 김기려는 말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조금 굽어진 허리를 펴고 앉을 뿐이었다.
“생각을 해봤슴다.”
“그래.”
“나는 청여명이죠?”
“그렇지?”
“그게 전부라구여.”
“끝?”
“끝임다!”
청여명의 고개가 옆으로 기운다. 뭐, 더 필요한 게 있나여? 나는 청여명이고, 기려는 김기려고. 그거면 된다는 듯이 그게 전부라는 듯이 아주 쉬이 말을 꺼낸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는 듯이, 하나도 어려울 게 없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에 김기려는 입술을 달싹인다. 그러다가도 곧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내리누른다. 이미 죽은 포유류의 겉가죽을 뒤집어쓴 그것은 근래 들어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존재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니 거창해 보이나, 그저,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곱씹어보는 과정을 가진 것뿐이었다. 김기려는 청여명의 말을 반박 없이 긍정한다. 그래, 넌 청여명이지. 여명이 너는, 청여명이지. 여명의 말에 따르면 나도 그저 김기려라는 존재일 뿐인 건가? 김기려는 얕은 생각에 발을 담근다.
“기려. 뭘 생각하고 있는 검까?”
청여명은 평소보다 더 말을 삼가는 김기려에 다시금 같은 말을 꺼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는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 물음에 김기려는 청여명의 물음 다음으로 따라붙었던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존재. 건조한 목소리와 딱딱하기 짝이 없는 말 뒤에는 많은 생각이 켜켜이 쌓여 섬세하게 꼬여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기려는 기려니까여. 문제는 없지 않나여. 청여명은 이제 과거의 김기려와 현재의 김기려를 나누어서 구분한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제 옛친구를 사랑하고 아끼며 그리워하는 마음은 여전하나, 그렇다고 그 감정에 전복되어 현재의 김기려를 원망하지는 않는 모습이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걸 증명해주는 듯했다. 저것은 성숙한 것일까. 아니면 진화의 증거일까. 김기려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을 안으로 말아쥐었다가 편다. 뼈와 그것을 감싼 근육, 지방과 모든 걸 뒤덮은 피부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래. 나는 김기려지.”
여명아. 나는 분명 내가 모르는 과거에 네가 알고 지내던, 그때에 함께 시간을 보내던 김기려와는 다른 존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네게 김기려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불쾌하진 않았다. 불편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잘 되었다면 잘된 일이기도 했다. 과거의 존재에게 의심받아 기존의 존재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식되어 곤란해지는 것보단 나았다. 그런데 왜 김기려는 그가 알지 못하는 감정으로 이루어진 아쉬움을 느끼는 걸까. 그의 고개가 아래로 살짝 내려간다. 그러면 청여명은 퍽 걱정스러운 낯으로 김기려를 바라보며 묻는다.
“기려. 어디 아픔까? 병원 갈까여.”
“아니. 괜찮아.”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과 별개로 김기려는 지금 무척이나 건강했다. 애초에 기존의 존재가 아닌 그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청여명은 그걸 알면서도 고개를 숙이거나 안색이 좋지 않으면 언제나 자신의 상태를 살피곤 했다. 여명아. 나는 원래의 김기려보다 훨씬 건강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입술을 꾹 다문 채였다. 청여명은 김기려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로 있으면서도 순순히 수긍한다. 안 좋으면 말해주세여. 꼭. 김기려는 이따금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청여명은 이 몸의 원래 주인이었던 김기려를 걱정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걱정하는 걸까. 청여명에게 도저히 내보일 수 없는 생각만 켜켜이 쌓여간다. 안 좋으면 말할게. 영양가라곤 하나도 없는 생각을 잠시나마 잊어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면 청여명은 입술 끄트머리를 위로 올려 웃어 보였다. 휘어진 눈매 사이로 말간 주황색이 사그라든다. 천장에 달린 죽은 형광등 빛을 받은 눈동자가 미약하게 반짝이고 있다. 김기려는 청여명의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포유류가 만들어낸 가짜 빛무리가 내려앉은 망막이 꼭, 행성에서 보던 밤하늘의 별과 같아서……. 분명 익숙했으나 지금은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과거를 떠올린다. 그는 그게 그립진 않았다. 그러나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존재하긴 했다.
우리는 포유류와 영장류의 존재가 살아가는 지구가 아니었더라면 만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에 가깝다. 청여명은 내가 김기려의 가죽을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관심을 가지기나 했을까? 김기려는 카페 테이블을 검지로 톡톡 두드린다. 불규칙한 소리는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운 음악에 살라 먹혀 곧 사라진다. 여명아. 넌 내가 김기려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지 않았더라도 나랑 이렇게 시간을 보내줬을 거야? 혀 위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내기 위해 김기려는 다 식은 물을 한 모금 마신다. 퍼석하게 말라붙은 식도에 액체가 엉겨 붙을 때면 미간이 조금 찡그려졌다. 포유류의 몸이란 왜 이리도 약한 것이고, 신경 쓸 게 많아 날 이리도 귀찮게 구는 건지. 김기려는 포유류의 몸속에 갇히긴 했으나, 그 포유류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었다. 약하고 또 약한 몸. 미약한 능력. 그런 주제에 생각은 귀찮을 정도로 많고, 감정적이고……. 김기려는 다시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그가 포유류라고 칭하는 것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여명아.”
김기려가 말을 꺼내자 청여명이 김기려를 바라본다. 김기려의 시선은 청여명이 아닌 창문 밖의 풍경에 머물러있다. 그는 눈을 맞추지 않은 채로 입을 떼어낸다. 잠깐 시간 있어? 짤막한 물음에 청여명은 눈을 깜빡인다. 어디 가려구여? 청여명의 물음에 김기려는 생각한다. 그러게. 어디 갈까. 김기려의 말에 그녀는 그저 웃었다. 휘어진 눈매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동자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우주 속의 어떤 행성처럼. 죽어가는 별의 마지막 빛처럼…….
֎
수도의 중심을 긋는 한강을 내려본다. 노을빛을 받은 수면은 마치 어패류의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다. 김기려의 검은색 눈동자에 그 수면이 맺힌다. 청여명은 손을 뒤로 한 채로 허리를 숙여 김기려를 올려본다. 기려, 뭐 보고 있슴까? 해조류라도 있나여? 천연덕스러운 물음에 김기려는 입을 떼어낸다. 여기는 민물이라 해조류는 없어. 그의 말에 청여명은 또 순순히 수긍한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모르는 척 구는 건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그 모습이 밉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김기려는 청여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수면을 내려본다. 작은 물고기가 수면 아래를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포유류는 물에 빠지면 죽는다던데. 청여명도 저 몸을 가진 채로 물속에 오랜 시간 있으면 죽게 되는 걸까.
“여명아.”
“왜 그럼까?”
“물속에 몇 분까지 있어봤어?”
“모름다!”
“그래?”
“들어갈 일이 있긴 한가여?”
청여명이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로 묻는다. 김기려는 눈동자를 옆으로 굴린다. 들어갈 일이 있기나 한가. 애초에 포유류들은 한없이 약하지 않은가. 그 약한 것들은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독감이니, 폐렴이니 하는 것에 걸릴지도 모르지. 김기려의 몸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불어오는 바람에 끄트머리가 살짝 상한 금색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나풀댄다. 눈을 가리는 머리카락이 거슬려 손으로 쓸어 올린다. 김기려를 유심히 바라보던 청여명은 입을 떼어낸다. 기려. 슬슬 머리 다듬을 때 된 거 같슴다. 좋은 가게 알고 있는데, 소개해줘여? 나긋한 어투에 김기려는 어깨를 으쓱인다.
“굳이?”
“이왕 다듬는 거, 예쁘게 다듬으면 좋지 않나여?”
“외형이 중요한가.”
“보통은 그렇지여?”
포유류들은 외형을 신경 쓰는 걸까. 아니면 청여명이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그녀가 애틋하게 여기고 아끼던 정 붙은 존재를 챙기는 것의 연장선일까. 김기려는 묻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손바닥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바짓단에 닦아낸다. 청여명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김기려의 옆에 선다. 오늘따라 기려, 생각 많아 보임다. 불어오는 바람은 청여명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간다. 청여명의 머리카락이 넘실거린다. 그녀는 뺨에 엉겨 붙은 머리카락을 엉성하게나마 정리한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틈으로 흰 피부와 눈동자가 보인다. 김기려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떼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여명아.”
“네?”
“……그냥.”
“뭐에여~ 그거. 싱겁잖아여~.”
부르면 말을 끝까지 해야지여. 기려. 청여명은 곧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그 웃음소리는 허공을 떠다니다가 흩어져 곧 형태를 잃었다. 김기려는 그게 퍽 아쉬웠다. 그렇지만 말을 꺼내진 않았다. 청여명은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걸까. 과거의 김기려를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청여명의 말과 행동으로 확인한 사실을 몇 번이나 곱씹게 되는 것은 김기려도 모르게 생겨난 버릇과도 같았다. 그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수면을 그 속을 유영하는 이름 모를 잡어를 보면서도 청여명을 떠올리고 그녀의 행동과 말을 곱씹으며 헤아리려고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는 걸 김기려는 알고 있다.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생명체의 감정과 생각은 확실하게 알 수 없고, 본인이 아닌 이상 타 존재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걸 알면서도 김기려는 청여명을 생각한다. 타 행성에서 온 그러나 이 지구상에선 자신과 가장 비슷한 제 친구를 생각할 때면 김기려는 처음으로 막연하다는 감정을 느끼곤 했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네여.”
“쉬는 걸 싫어하는 생명체는 없지.”
“하하! 맞슴다. 그게 맞지여.”
청여명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다. 그리고 또 아무렇지 않게 입을 다문다. 김기려는 그 행동에 익숙해지는 자신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손가락을 안으로 말아쥐었다가 편다. 손가락에 묻어나는 땀이 조금 찝찝하게 느껴졌다. 김기려를 바라보고 있던 청여명은 곧 아스라이 먼 곳을 바라본다. 그녀는 넓은 한강을 바라보는 것 같다가도 강 너머에 있는 건물의 숲을 눈에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뭐 보고 있어? 김기려가 묻자 청여명은 시선을 여전히 앞에 둔 채로 입을 떼어낸다. 그냥, 보고 있슴다. 딱히 뭘 콕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구여. 김기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청여명의 망막에 맺힌 풍경을 본다.
“여명아. 네 행성에도 강이 있어?”
“네?”
“궁금해서.”
“강이라. 흐음…… 강이라~.”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꾹 감고서 생각에 잠긴다. 망막에 맺혀있던 풍경이 으스러지고 곧 사라진 게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김기려가 알지 못하는 것을 골똘히 생각하던 청여명이 뒤늦게 눈을 뜬다. 강은 있지여~. 혹시 기려의 행성에는 강 없슴까? 청여명의 고개가 옆으로 기운다. 김기려는 익숙하던 그러나 지금은 멀기만 한 행성을 떠올린다. 알파우리 행성에도 강은 있었다. 포유류가 바다라고 칭하는 것또한 존재했다. 행성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구성은 비슷했다. 땅을 디디고 섰었다. 강도 있고, 바다가 존재하고, 이따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전에 존재했었던 행성을 떠올리니 문득 청여명의 행성은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청여명의 입으로 듣고 싶다가도, 직접 눈에 담고 싶었다.
“있었어.”
“하긴, 강은 어느 행성에서나 있으니까여.”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청여명을 내려보던 김기려는 그녀가 눈에 담고 있는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타존재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은 어떤 감정에서 시작되는 걸까. 지금 그가 느끼고 시달리는 욕망은 한없이 낯설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널 이해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청여명의 생각을 그것에서 비롯되었을 행동과 말 따위를…… 그러면 유일한 친우라 칭해도 될 청여명의 애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아서. 욕망의 앞에 변명과 같은 이유를 몇 개씩 덧대기 시작하니 끝이 없었다. 아, 타 행성의 존재를, 자신과 다른 타인을, 타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말을 하는데. 이해했다고 생각한 자신이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얕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청여명은 한숨을 내뱉는 김기려를 보며 그의 손을 말없이 감싸 잡는다. 청여명의 손은 김기려의 손보다 작았다. 굳은살이 군데군데 박여있긴 했지만, 또 마냥 단단하지도 않았다.
“오늘따라 기려 생각 많아 보이네여~.”
영장류처럼 구네여. 기려!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리는 청여명에 김기려는 입을 떼어냈다가 닫기를 반복한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김기려 같은지. 아니면 평소와 조금 다른 나일 뿐인 건지. 넌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아, 타 행성의 존재를 이해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걸까. 포유류의 겉가죽을 쓰게 되어서 이렇게 된 걸까. 아니면 청여명이 날 이렇게 만든 걸까. 델타인은 다런가? 다 저렇게, 스스럼없고, 밝고……. 김기려는 청여명을 바라본다. 청여명은 웃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미소가 더 짙어진다. 불어오는 찬 바람 탓에 붉게 달아오른 뺨이 눈에 들어온다. 김기려는 그걸 보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여명아. 춥다. 저기 카페 가자. 그 말에 청여명은 대답한다.
“또 카페에 가는 검까? 좋긴 해여~. 기려랑 같이 시간 보내는 거니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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